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은 날이 있다 - 김 설하
스산한 바람 부는 창가에 서서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을 것만 같은 번호
가물해진 숫자를 눌러 신호 가는 소리가 들리면
잔잔했던 가슴 뛰기 시작하는 번호
가지런히 숨소리 모으고
정갈하게 목청 가다듬고
수화기 저쪽 내 목소리 전하면
그 쪽에서도 기다렸을지 모를 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싶은 날이 있다
행여 받지 않으면 어쩌나
행여 기다린 전화가 아니었으면 어쩌나
내 목소리 기억나느냐고
내 생각 가끔은 했느냐고
잊은 듯 지냈지만
오랜 침묵 깨고 소식 전하고픈
바람처럼 스친 인연이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싶은 날이 있다.
여보세요,
전화를 걸었으면 말씀을 하셔야지요.
어떤 얼굴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아도
그래 이 목소리였어.
하나도 변하지 않았네.
수화기 저쪽의 목소리 보다
창문 흔드는 바람소리가 더 커다랬다며
우물쭈물 하다가 아무 말 하지 못할 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싶은 날이 있다.
당신이라 했습니다. 그대 이름은
보고 싶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도 또 들고 싶은
당신이 참 좋습니다.
나를 부르는 달콤한 속삭임이
달팽이관을 지나 가슴으로 밀려들면
온몸이 당신으로 요동칩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속 깊이 따스하게 스며들어
어쩌면 오랫동안 당신 때문에
그리움을 먹고 살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좋습니다.
당신은
내 눈이 가는 곳 마다 무수히 서 있다가
손닿고, 가슴이 닿고, 마음이 닿아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날
당신 가슴에 안기어 눈빛을 맞추는
보고 있으면서도 참 그리운 사람입니다.
수많은 날 보고파 하다가
기다림의 닻이 내리는 날
사랑으로 온전히 내 가슴을 물들이는
당신이라 했습니다 그대 이름은;펌
Breath Of The Wind- Band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