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詩, 가을아이裵月先
가슴 절절한 사랑은 아직도 겨울 여행 중인가
서먹한 하늘은 푸르기만 한데
손짓하지 않아도 따르는 고집을 몰아내지 못하고
정박할 나루는 어디쯤인지 모른다.
자아가 부르는대로 시작했을 뿐
멀어도 멀어도 가야만 하는 겨울 여행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날을 견뎌야만
혹한 여행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조용한 수면 위로 흔들리는 부표처럼
설레설레 기웃거리는 가슴을 내어놓고 가는 길
누가 심안의 울음을 터뜨리는가
부드럽게 강하게 인내하며 가는 여행이다.
겨울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지러진 달이 둥근 달로 차오를 때까지
먹진 하늘 태양빛으로 달구어질 때까지
이유없는 겨울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월의 갈피 / 권대웅
오래된 장롱을 열었을 때처럼
살다보면 세월에서 문득
나프탈렌 냄새가 날 때가 있다
어딘가에 마무리하지 못하고 온 사랑이
두고 온 마음이
쿡, 코를 찌를 때가 있다
썩어 없어지지 못한 삶이
또다른 시간으로 자라는 저 세월의 갈피
들판에는 내가 켜놓은 등불이 아직 깜박이고
정거장에 우두커니 서 있는 눈물들
아 사랑들
지붕을 넘어 하늘 계단을 지나 언덕들
숨어 있던 계곡들이
일제히 접혔다 펴지며
붕붕 연주하는 저 세월의 아코디언 소리를
인생의 노래가 쓸쓸한 것은
과거가 흘러간 것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살아서 나를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골목을 돌아설 때 불쑥 튀어나오는
낯익은 바람처럼
햇빛 아래를 걷다가 울컥 쏟아지는
고독의 멘스처럼
하나 뿐인 길 / 류 경 희
하나 뿐인 길
그대에게로 갈 수 있습니다
어느 길목에서
당신을 만날까
홀연히 떠나고 싶은 날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그대이기에
입맞추러 가고 싶을 뿐입니다
커다란 창이 있고
파도 치는 바다가 보이는
아담한 방안에서
해 뜨는 아침을
한번만 마주 하고 싶습니다
사랑이란 이불을 덮어주고
우리 하나 되는 그날이 오면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이
우리 앞에 놓여질 것입니다
사랑의 길은 아프거나
상처나지 않는 영원한 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