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주 · 글

그립다는 말을 또 적습니다

로즈향기 2014. 11. 30. 03:29



      그립다는 말을 또 적습니다 / 글 이문주 스산한 바람이 불더니 나뭇잎이 하나둘씩 날아갑니다. 속살 내민 들판에도 바람이 걸어갑니다. 하늘 빈 공간을 하얀구름 흘러가던 가을도 그림자만 남기고 누군가에게 쫓겨나는지 종종걸음으로 서서히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왜 이리 슬픈 것입니까 들판처럼 내 마음도 빈 탓입니까 언젠가 맑은 바람처럼 맑은 영혼을 담고자 했으나 이루지 못하고 홀로 걷는 고독 때문인지요. 누군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몇 번을 고치고 고쳐서 내 영혼의 진실을 담아 보냈지만, 어색한 눈웃음한번 보지 못할 것을 알면서 미련스럽게 쥐고 있는 그리운 이름을 가을처럼 떠나보내야 하는지요. 진실로 사랑함이 독인 줄 몰랐던 중독된 사랑은 어찌 해야 하는지요. 말 한마디 들려줄 때마다 <그럴 날 있을까요> 에둘러 표현하는 그리움을 놓지 못하고 어제 그 시간을 기다리는 나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뭇잎에 새긴 사연이라서 바람이 불 때마다 멀어지는 것일까요 가슴에 고인 말 풀어 놓을 때마다 뜻 모를 미소만 남기는 어느 한 사람에게 줄 편지는 줄어듭니다. 이 깊은 시간에도 한 칸씩 채워가는 비애는 절망이 분명한데 그립다는 말을 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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