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다는 말을 또 적습니다 / 글 이문주
스산한 바람이 불더니
나뭇잎이 하나둘씩 날아갑니다.
속살 내민 들판에도 바람이 걸어갑니다.
하늘 빈 공간을 하얀구름 흘러가던 가을도
그림자만 남기고 누군가에게 쫓겨나는지
종종걸음으로 서서히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왜 이리 슬픈 것입니까
들판처럼 내 마음도 빈 탓입니까
언젠가 맑은 바람처럼
맑은 영혼을 담고자 했으나 이루지 못하고
홀로 걷는 고독 때문인지요.
누군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몇 번을 고치고 고쳐서
내 영혼의 진실을 담아 보냈지만,
어색한 눈웃음한번 보지 못할 것을 알면서
미련스럽게 쥐고 있는 그리운 이름을
가을처럼 떠나보내야 하는지요.
진실로 사랑함이 독인 줄 몰랐던
중독된 사랑은 어찌 해야 하는지요.
말 한마디 들려줄 때마다
<그럴 날 있을까요>
에둘러 표현하는 그리움을 놓지 못하고
어제 그 시간을 기다리는 나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뭇잎에 새긴 사연이라서
바람이 불 때마다 멀어지는 것일까요
가슴에 고인 말 풀어 놓을 때마다
뜻 모를 미소만 남기는
어느 한 사람에게 줄 편지는 줄어듭니다.
이 깊은 시간에도 한 칸씩 채워가는
비애는 절망이 분명한데
그립다는 말을 또 적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