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떠나보내는 강가엔 ㅡㅡ 성 춘복
나를 떠나보내는 강가엔
흐트러진 강줄기를 따라 하늘이 지쳐 간다.
어둠에 밀렸던 가슴
바람에 휘몰리면
강을 따라 하늘도 잇대어
펄럭일 듯한 나래 같다지만
나를 떠나보내는 언덕엔
하늘과 강 사이를 거슬러
허우적이며 가슴을 딛고 일어서는
내게만 들리는 저 소리는 무언가.
밤마다 찢겼던 고뇌의 옷깃들이
이제는 더 알 것도 없는 아늑한 기슭의
검소한 차림에 쏠리워
들뜸도 없는 걸음걸이로
거슬러 오르는 게 아니면.
강물에 흘렸던 마음이
모든 것을 침묵케 하는 다른 마음의 상여로
입김 가신 찬스스로의 동혈(洞血)을 지향하고
아픔을 참고 피를 쏟으며
나를 떠나보내는 강으로 이끌리워
되살아 오르는게 아닌가.
강 너머엔
강과 하늘과 어울린
또 하나의 내가 소리치며
짙은 어둠의 그림자로 비쳐 간다.
한국의 명시 중에서
외로워서 우는 것이 아냐 / 生有
섬돌이 하는 외진 새벽이면
방파제를 짚고 파도가 우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어부가 잠들어 고요해지는 바다
오는 세월 가는 세월이
그리 쉽지 않아서
울음을 가라 앉히는 바다
쏴아 하고 수만 번 소리 질러
한번쯤 대답하는 섬 바위
은빛 숭어떼가 돌아간 자리는
반짝이는 파도꽃이 피어올라
새끼 손가락의 잊혀진 은반지처럼
슬프게 반짝인다
섬돌이 하는 외진 새벽이면
밤바다는 울지 않았다고
사람들에게 늘 말하곤 했지
외로워서 우는 것이 아니고
살아온 날들이
그냥 쓸쓸했다고 말하면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