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로 띄우는 편지
詩 :허명 허광빈♤+
가을의 옷깃을 여미어
붉게 지는 정갈한 사연을 담아
선연한 빛깔의 붉고 노란 꽃잎처럼
골목 끝 빈집 외등이 가을에 졸고
빈자리에 국화꽃이 피면
청초한 미소로 사랑하게 하소서
농익어 출렁이는 들녘에서
때로는 잊고 지내온 이들에게
풍요의 문을 열어 들게 하시고
서로의 안부를
한 줌 가을로 전하게 하소서
가을 깊은 골짜기에서
그리움으로 서녘을 우는
길 잃은 철새의
울음 가득히 흐르는
세미世味의 눈물이게 하소서
가난한 마음의 뜰에
청명한 하늘 구름 가득 드리우고
영혼의 갈피마다
붉디붉게 타들어가는 삶의 조각
출렁이는 달빛에
한 줌 낙엽으로 지게 하소서
낙엽처럼 버림으로 얻게 하소서
모든 것을 비움으로 얻게 하소서
붉게 타는 가슴을 열고
코에 걸린 안경 너머로
풍요로운 가을을 담아
심상心象한 기다림으로
달빛 층계를 사색케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