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날의 戀歌 /황명걸
불혹을 넘어서 난데없이 사랑을 배운다
모자란 찻삯을 얼굴 붉히지 않고 내던 날
부끄럼도 모른 채
이팔청춘 같은 사랑을 느꼈다
그날 밤 가을비가 추적 내리고
사랑인 듯 몸살인 듯 몸 부여안으니
그리는 정에 신열은 뜨겁지만
멀리 있는 이에게로 가는 눈이 맑아지던 걸
사랑은 참으로 영험한 것
어둠속의 귀머거리로 하여금
마당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다시 듣게 하고
오랜만에 빗물 머금는 화초를 보게 한다
이제 삶의 빛으로 떠오르는
그이의 달래 얼굴이
어쩌면 사람 사는 일까지 다 깨우쳐준다
동에서 서으로 흐르는 한강 따라
나의 그리움 강동에서 강서로 간다
그대 향한 그리움에 티없어
아릿하게 저며오는 아픔은 견딜 만하고
훗날 깊은 상처에는 꽃이라도 필 법하여
늦게사 새롭게 사랑을 배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