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의 창가에서
/ 향린 박미리
그대가 내 영혼을 다녀간 후
벌써 몇 계절이 피고 졌네요
그곳에도 샤갈의 마을처럼
포근히 눈 내려 겨울이 피었겠지요
따스했던 우리 그곳에 더 이상
꽃바람 일렁댈 일은 없겠지만
눈송이 위로 나풀대는 추억 입자들은
이따금씩 행복을 놓고 가네요
지상의 소리 모두 멈춘
피안의 그 골짝, 그 기슭을
내달리던 불길의 그 심장도
이렇게 연민으로 녹고 말 것을
퍼붓는 눈발 속을 잠기우며
허우적이던 한때
그 한때의 눈발들이 그곳에도
아득히 눈물인 듯 피었겠지요